
작가 소개: 룰루 밀러 (Lulu Miller)
룰루 밀러는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NPR(미국 공영 라디오)의 대표 과학 프로그램 Radiolab과 Invisibilia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과학사를 전공했고, 이후 과학과 인간 심리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문학적 글쓰기를 병행해왔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첫 번째 단독 저서이자, 논픽션임에도 뛰어난 문학성과 사유 깊이로 출간 직후부터 비평가와 독자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책은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만, 저자 자신의 삶과 존재론적 고민을 섞어낸 일종의 지적 에세이이기도 합니다. 룰루 밀러는 복잡한 개념을 아름답고 섬세하게 풀어내는 능력으로, 현대 논픽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줄거리
이 책은 ‘물고기’라는 생물학적 범주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주장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그 중심에는 19세기 미국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수천 종의 물고기를 분류하고 기록한 위대한 과학자였지만,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그의 수집 표본이 모두 파괴되는 사건을 겪습니다. 그러나 조던은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다시 세우려는 집요한 노력으로 또다시 표본 수집을 시작합니다.
저자 룰루 밀러는 처음엔 그를 영웅적으로 여깁니다. 무질서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 그리고 질서화의 힘에 감탄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조던의 삶을 깊이 파고들수록, 그는 과학을 ‘인종 우월주의’의 도구로 이용하고, 우생학 운동에 가담한 어두운 이면이 드러납니다. 이로 인해 밀러는 자신이 믿었던 ‘질서의 아름다움’에 회의를 느끼며, 오히려 세상의 불확실성과 혼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성숙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책의 후반부는 저자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도 겹칩니다. 성정체성의 혼란, 가족 간의 갈등, 삶의 무게 속에서 그녀는 조던과 정반대의 길을 걸으며,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갑니다. 결국 이 책은 과학자 조던의 이야기이자, 저자 자신의 성장담이며, 나아가 독자들에게 삶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지적 여정입니다.

시사점
① 분류와 질서의 맹점
우리는 모든 것을 명확하게 이름 붙이고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물고기라는 범주처럼, 우리가 믿는 분류 체계가 실제 자연의 경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과학의 틀조차도 인간이 만든 허구일 수 있으며, 질서에 대한 집착은 때로 왜곡과 오만으로 이어집니다.
② 혼돈을 받아들이는 삶
룰루 밀러는 조던과 달리 혼돈을 ‘극복’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혼돈, 상실, 불확실성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세상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현대인의 불안과 강박에 대한 따뜻한 위로이기도 합니다.
③ 과학과 윤리의 경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면을 통해, 이 책은 과학이 언제나 윤리적일 수는 없다는 경고도 담고 있습니다. 객관적 지식처럼 보이는 과학도, 특정 이념이나 권력에 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문이 인간성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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