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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

[독서 기록]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 마이크 브라운

by soobang 2025. 7. 15.

작가 소개: 마이크 브라운 (Mike Brown)

마이크 브라운은 미국의 천문학자로,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에서 행성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명한 과학자입니다. 그는 태양계 외곽의 천체를 연구하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명왕성을 행성 지위에서 퇴출시킨 장본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00년대 초, 그는 에리스(Eris)라는 명왕성과 비슷하거나 더 큰 외곽 천체를 발견했는데, 이 발견은 ‘행성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 재논의를 촉발하게 되었고, 결국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명왕성을 ‘왜행성(dwarf planet)’으로 재분류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브라운은 대중과 과학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글을 쓰고 강연도 이어오고 있습니다.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는 그가 직접 쓴 대중 과학서로, 과학자의 내면, 발견의 과정, 우주에 대한 사랑이 솔직하고 유쾌하게 녹아 있는 책입니다.
 

배경 설명

🪐1. 명왕성은 처음부터 ‘이상한 행성’이었다.
 

  • 1930년,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가 명왕성을 발견했습니다.
  • 그러나 발견 당시부터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 작고(달의 1/6 정도 질량) 궤도가 찌그러져 있고 공전면이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 당시에는 “행성은 9개다”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일단 행성 자리를 줬습니다.

 

🔭 2. 태양계 끝자락에서 이상한 천체들이 계속 발견되었다.

  • 1990년대 후반부터, 명왕성과 비슷하거나 더 작은 천체들이 카이퍼 벨트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그러자 과학자들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명왕성이 진짜 행성이라면, 이 애들도 다 행성이라고 해야 하나?”

💥 3. 결정타: 에리스(Eris)의 발견 (2005)

  • 마이크 브라운이 발견한 에리스는 명왕성보다 질량이 컸습니다.
  • "어? 이게 더 크면 이것도 행성인가?" →
    그렇게 하면 행성이 수십 개로 늘어날 판이었습니다.
  • 학계는 큰 혼란에 빠지고, 행성의 정의를 정비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 4. 국제천문연맹(IAU)의 결정 (2006)

  • 2006년 IAU 총회에서 ‘행성의 정의’를 공식화했습니다.
    새로운 정의에 따르면, 행성이 되려면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했습니다:
    1. 태양 주위를 돌고,
    2. 둥근 모양(자기 중력으로 구형 유지),
    3. 궤도 주변을 깨끗이 치웠을 것(주변 소천체들을 흡수 또는 밀어냈을 것)
  • 명왕성은 3번 조건에서 탈락했습니다!
    → 따라서 ‘왜행성(Dwarf Planet)’으로 강등했습니다.

🧊 5. 대중의 반응

  •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니!” 충격과 반발이 있었지만, 과학적으로는 더 명확하고 체계적인 분류 체계가 정립된 셈입니다.

줄거리

책은 브라운이 처음으로 태양계 외곽 천체들을 추적하게 된 계기에서 시작합니다. 명왕성 바깥, ‘카이퍼 벨트(Kuiper Belt)’라 불리는 공간에서 새로운 천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매료된 그는, 수년간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며 수많은 후보 천체를 추적합니다. 그 중 가장 결정적인 발견이 바로 ‘에리스(Eris)’입니다. 이는 명왕성보다 크고, 공전 궤도도 특이한 천체로, 기존의 ‘행성 정의’를 뒤흔드는 존재였습니다.
그의 발견은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국제천문연맹은 2006년 ‘행성의 조건’을 새로 정의하며 명왕성을 퇴출하게 됩니다. 이로써 명왕성은 공식적으로 태양계 9번째 행성의 자리를 잃고 ‘왜행성’으로 분류됩니다. 이 결정은 전 세계 어린이와 천문학 팬들의 반발을 일으켰고, 브라운은 “명왕성을 죽인 사람”이라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이 책은 명왕성 이야기만이 아니라, 브라운이 과학자로서 겪는 삶—연구실의 긴 밤, 다른 과학자들과의 경쟁, 언론과의 소통, 그리고 딸의 탄생과 함께 겪는 인생의 전환점—을 담백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과학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진솔하게 담아낸 회고록입니다.
 

시사점

① 과학의 진리는 항상 변화한다


명왕성의 퇴출은 고정된 진리라 여겼던 ‘행성의 정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과학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증거와 발견 앞에서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는 ‘열린 체계’임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② 과학도 인간의 일이다


브라운은 천체 하나를 발견하기까지의 시행착오, 학계 내부의 정치적 갈등, 언론 대응, 개인적 감정 등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과학자도 감정의 동물이며, 발견이라는 것은 탁월한 두뇌뿐 아니라 우연, 인내, 윤리적 판단이 얽힌 결과임을 느끼게 합니다.
 

③ 대중과 과학의 간극을 줄이는 글쓰기


이 책은 전문 지식을 몰라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과학이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인간의 탐구 여정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브라운은 대중 과학서의 모범을 보여주며,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총평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는 제목만큼이나 유쾌하고 도발적인 책이지만, 그 속엔 진지한 과학 철학과 인간적인 성찰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과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삶의 의미나 인간의 호기심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명왕성을 죽인 것은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닌, 과학이라는 집단적 사고의 변화였으며, 그 중심에서 마이크 브라운은 인간적인 시선으로 우주의 질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여담

명왕성 (Pluto)의 이름은 그리스 로마신화 지옥의 신 이름이다. ('명왕'이라는 단어도 지옥의 왕이라는 의미이다.) 명왕성을 행성으로 삼은 같은 해 디즈니에 등장한 강아지 캐릭터의 이름도 플루토이다.